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제1권 창세기: 아브람과 멜기세덱(14:17-14:24)

17. 아브람이 그돌라오멜과 그의 동맹을 맺은 왕들을 쳐부수고 돌아오는데 소돔 왕이 왕의 골짜기라고도 불리는 사웨 골짜기까지 나와 그를 맞았다.
18. 살렘 왕 멜기세덱도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였다.
 19. 그는 아브람에게 축복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시여, 아브람에게 복을 내리소서.
20. 적들을 그대의 손에 넘겨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아브람은 자기가 가진 것 전부에서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아브람이 그돌라오멜 연합군을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살렘 지방(예루살렘의 옛 이름)의 사웨 골짜기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명은 그돌라오멜에게 패한 소돔의 왕이었고, 다른 한명은 이 지방의 왕인 멜기세덱이었다.

그런데 이 멜기세덱 이라는 자는 매우 신비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라고 하면서 이 곳 살렘에서는 왕으로 통했다.
후에 히브리인들에게 보내진 편지에서 그에 대해 쓰여진 내용을 보면,
'그는 탄생, 아비, 어미, 족보, 죽음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고 한다.
그런 그가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눠 주고 하느님으로부터 축복을 빌어준다.
게다가 아브람은 그에게 전쟁에서 얻은 노략물의 십일조를 바친다.

족보도 없는 제사장이 왕으로 통하며 떡과 포도주를 나눠 주고 축복을 빌어주는 모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수천년 후 세상에 강림할 그리스도, 즉 '예수'의 모습과 매우 닮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21. 이 때, 소돔 왕이 아브람에게 "사람들은 나에게 돌려주고 재물은 그대가 가지시오." 하고 말하자,
22. 아브람이 소돔 왕에게 대답했다. "하늘과 땅을 만드셨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야훼께 손을 들어 맹세하오.
23. 실오라기 하나라도 신발 끈 하나라도 그대의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소. 그러니 그대는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오.
24.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소. 다만 젊은이들이 먹은 것을 빼고,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 곧 아넬과 에스골과 마므레만은 저희의 몫을 가지게 해 주시오."

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제1권 창세기: 아브람이 롯을 구하다(14:1-14:16)

14장
1. 시날 왕 아므라벨, 엘라살 왕 아르욕, 엘람 왕 그돌라오멜, 고임 왕 티드알의 시대였다.
2. 이 왕들은 소돔 왕 베라, 고모라 왕 비르사, 아드마 왕 시납, 스보임 왕 세메벨, 벨라 곧 소알 왕과 싸움을 벌였다.

당시 대립했던 몇몇 왕들의 도시 위치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대략 북동쪽의 네 왕과 사해 근처의 다섯 왕이 대립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들 다섯 왕은 동맹을 맺고 시띰 골짜기에 집결하였다. 시띰 골짜기는 지금 짠물 호수가 있는 곳이다.
4. 이들은 십이 년 동안 그돌라오멜을 섬기다가 십삼 년째 되던 해에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사해가 있는 곳 부근의 다섯 왕은 서로 동맹을 맺고,
당시 이 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던 북쪽 엘람 제국의 그돌라오멜 왕에게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왜 12년 동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돌라오멜을 섬기던 이 나라들이 반기를 들었을까?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생겼던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다음 절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5. 십사 년째 되던 해에 그돌라오멜은 동맹을 맺은 왕들과 함께 출동하여 아스드롯카르나임에서 르바족을 치고, 함에서 수스족을 치고 사웨키랴다임에서 엠족을 치고
6. 세일 산에서 호리족을 치고, 광야 근처 엘바란까지 쳐내려 왔다.
7. 그들은 거기에서 발을 돌려 재판 샘터가 있는 카데스로 쳐들어 가 아말렉족의 온 땅과 하사손다말에 살고 있는 아모리족도 쳐 무찔렀다.

위 그림은 그돌라오멜 왕이 북쪽의 다른 세 왕과 연합하여 남쪽으로 진군한 경로이다.
그런데 진군 과정에서 쳐부순 족속들 중에 특이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그림 상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족속들 즉, 공통적으로 이름의 끝이 임스(-ims)로 끝나는 족속들이다.
르바임스, 주짐스, 에밈스 등은 바로 타락한 천사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족을 이르는 말이었다.
거대한 체구를 가졌고 타고난 장사였던 네피림들이 사해의 다섯왕과 뜻을 같이하게 되면서,
남쪽의 왕들은 오랫동안 섬겨왔던 그돌라오멜 왕과의 싸움이 한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들의 그 '믿는 구석' 이란 것이 바로 네피림들과의 연합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거인족들과의 연합도 그돌라오멜의 연합군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버리고 만다.

8. 그러자 소돔 왕, 고모라 왕, 아드마 왕, 스보임 왕, 소알 왕이 출동하여 시띰 골짜기에 진을 치고 그들과 맞섰다.
9. 엘람 왕 그돌라오멜, 고임 왕 티드알, 시날 왕 아므라벨, 엘라살 왕 아르욕 네 왕이 다섯 왕과 맞붙은 것이다.
10. 그런데 시띰 골짜기에는 역청 수렁이 많았는데, 소돔 왕과 고모라 왕은 도망치다가 거기에 빠졌고 나머지는 산으로 도망쳤다.
11. 그들은 소돔과 고모라 왕들이 가지고 있던 재물과 양식을 모두 빼앗고,
12. 소돔에 살고 있는 아브람의 조카 롯도 끌고 가면서 그의 재물도 빼앗았다.
13. 한 사람이 도망쳐 나와서 히브리인 아브람에게 이 일을 알렸다. 아브람은 그 때 아모리인 마므레의 상수리나무가 무성한 곳에 살고 있었다. 마므레는 에스골과 아넬과 형제간이었고, 이들은 아브람과 동맹을 맺은 사이였다.
14. 아브람은 자기 조카가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길러 낸 사병 삼백십팔 명을 소집하여 단까지 쫓아 갔다.
15. 아브람과 그의 부하들은 여러 패로 나뉘어 밤을 틈타 그들을 기습하여, 다마스커스 북쪽에 있는 호바까지 추격해 가면서
16. 모든 것을 되찾았다. 조카 롯과 그의 재물과 부녀자들과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되찾아 냈다.

롯과 그의 가족들은 그돌라오멜 왕의 연합군에 의해 포로가 되어 잡혀간다.
그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자신의 사병을 이끌고 끝까지 추격하여 그들을 구해낸다.
아브람의 정예 사병들은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 주로 야간 기습을 전략으로 삼았다.
아주 간단한 일 처럼 적혀 있지만, 3백여명의 병사로 그돌라오멜 왕의 연합군을 물리친 것은
그야말로 초월적인 능력, 즉 아브람을 보살피는 하느님의 가호가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었다.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제1권 창세기: 롯이 분가하다(13:1-13:18)

13장
1. 아브람은 모든 재물을 거두어 가지고 아내와 함께 이집트를 떠나 네겝으로 올라 갔다. 롯도 함께 올라 갔다.
2. 아브람은 가축과 은과 금이 많은 큰 부자가 되었다.
3. 아브람은 네겝에서 베델 쪽으로 옮겨 가다가 전에 천막을 쳤던 베델과 아이 사이에 이르렀다.
4. 그 곳은 지난 날 아브람이 제단을 쌓았던 곳이었다. 거기에서 아브람은 야훼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
5. 아브람을 따라 다니는 롯도 양과 소와 천막들을 가지고 있었다.
6. 그 지방은 그들이 함께 살 만한 곳이 못 되었다. 그들이 지닌 재산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7. 그래서 아브람의 목자들과 롯의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 때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아브람은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받은 보상을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
한 지방에 같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들을 통제하기도 힘들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그 지방에 살고 있던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의 눈치도 보아야 했으니
아브람의 패와 롯의 패는 서로 갈려 심심찮게 자리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8. 아브람이 롯에게 말하였다. "너와 나는 한 골육이 아니냐? 네 목자들과 내 목자들이 서로 다투어서야 되겠느냐?
9.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을 차지하면 나는 오른쪽을 가지겠고, 네가 오른쪽을 원하면 나는 왼쪽을 택하겠다."
10. 롯이 눈을 들어 요르단의 온 들판을 바라보니, 소알에 이르기까지 어디나 물이 넉넉하여 마치 야훼의 동산과 같고 이집트 땅과 같았다. 그것은 야훼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의 모습이었다.

아브람은 롯에게 서로 갈라져 다른 곳에 자리를 잡기를 제안한다.
그리고는 롯에게 먼저 원하는 곳으로 가라고 하며 자신은 롯이 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롯은 저 멀리 소알까지 비옥한 들판이 뻗어 있는 요르단 땅을 택한다.

11. 롯은 요르단의 온 들판을 제 몫으로 선택하고 동쪽으로 옮겨 갔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갈라지게 되었다.
12. 아브람은 가나안 땅에서 살고, 롯은 요르단 들판의 여러 성읍에서 살다가 마침내 소돔으로 천막을 옮겼다.
13. 그런데 소돔 사람들은 야훼께 큰 죄를 짓는 악인들이었다.
14. 롯이 아브람에게서 갈라져 나간 다음,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눈을 들어 네가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을, 또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아라.
15.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
16. 내가 너의 후손을 땅의 티끌만큼 많게 할 것이니, 땅의 티끌을 셀 수 있는 자라야 네 후손도 셀 수 있을 것이다.
17. 어서 이 땅을 종횡으로 두루 다녀 보아라. 내가 이 땅을 너에게 주리라."
18. 아브람은 천막을 거두어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살았다. 그는 거기에서 제단을 쌓고 야훼께 바쳤다.

아브람은 헤브론의 마므레에 자리를 잡고
롯은 죄악의 도시 소돔에 자리를 잡았다.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제1권 창세기: 이집트로 간 아브람(12:10-12:20)

10. 마침 그 지방에 흉년이 들었는데, 그 흉년이 너무나 심하여 아브람은 이집트에 몸붙여 살려고 옮겨 간 일이 있었다.
11. 이집트 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아브람이 아내 사래에게 당부하였다. "나는 당신이 정말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하오.
12. 이집트인들이 당신을 보면 당신의 남편이라고 해서 나를 죽이고 당신만 살려 둘 것이오.
13. 그러니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그래서 당신 덕에 내가 죽음을 면하고 또 대접도 받게 해 주시오."
14. 아브람은 이집트에 들어갔다. 이집트인들이 보기에 그의 아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15. 파라오의 대신들이 사래를 보고 파라오 앞에서 그 여자를 칭찬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파라오의 궁전으로 불려갔다.
16. 파라오는 사래 때문에 아브람에게 잘 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양과 소와 수나귀, 남종과 여종, 암나귀와 낙타들을 얻게 되었다.

아브람의 누이라고 말 한 사래는 파라오에게 불려가고
그녀의 미모 덕분에 아브람은 파라오로부터 큰 보상을 받게 된다.
(가계 상으로 따져 보면 사실 사래는 아브람의 이복 누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브람이 아내로 맞았으므로 그녀는 더이상 아브람의 누이가 아니다.)

17. 그러나 야훼께서는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파라오와 그 집안에 여러가지 큰 재앙을 내리셨다.
18. 파라오가 아브람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도대체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그 여자가 네 아내라고 왜 나에게 알리지 않았느냐
19. 어찌하여 그 여자가 네 누이라고 해서, 내가 그를 아내로 삼게 하였느냐? 자,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데리고 떠나라." 파라오는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아브람을 그의 아내와 그의 모든 소유와 함께 떠나 보내게 하였다.

이집트 귀족 관료 크눔호테프 2세의 무덤에서 발견된 벽화에는
동쪽 가나안 지방에서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흘러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학자들은 이 벽화속의 인물들이 아브람의 식솔들이라 보고 있다.

19절의 내용을 잘 보면 파라오가 아브람을 쫒아낼 때 이전에 주었던 보상을 다시 빼앗지 않는다.
주었던 모든 것을 가져가라고 허락 한 것으로 보아 파라오는 하느님의 후환을 두려워 했었던 것 같다.

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제1권 창세기: 부름 받은 아브람(12:1-12:8)

12장
1.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2.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 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
3. 너에게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리리라. 세상 사람들이 네 덕을 입을 것이다."
4. 아브람은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길을 떠났다. 롯도 함께 떠났다. 하란을 떠날 때, 아브람의 나이는 칠십오 세였다.

아담과 노아의 직계 후손이었던 아브람과 그의 아버지 데라...
아브람이 어렸을 적, 그의 아버지 데라가 어느 날 문득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자고 했었던 것도
아브람 처럼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중요한 건, 하느님은 이번에 아브람에게 떠나라 했고 어디로 가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해 주지 않았지만,
아브람은 아무런 의심 없이 모든 재산과 사람들을 챙겨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5. 아브람은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든 재산과 거기에서 얻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가나안 땅을 향하여 길을 떠나 마침내 가나안에 이르렀다.
6. 아브람은 가나안 땅을 거쳐 모레의 상수리나무가 있는 세겜에 이르게 되었다. 그 때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7.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시어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하셨다. 아브람은 야훼께서 자기에게 나타나셨던 그 자리에 제단을 쌓아 야훼께 바쳤다.

현재의 세겜에 있는 엘론 모레. 모레의 상수리나무라는 뜻이다.

세겜 지방의 모레라는 곳에 거대한 상수리 나무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아브람은 이 땅을 주겠다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위 사진이 그 때의 그 나무는 아닐 것이다. 기원전의 나무가 아직까지 살아 있을리가...)

8. 아브람은 그 곳을 떠나 베델 동쪽에 있는 산악지대로 옮겨 가서 서쪽으로는 베델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아이가 보이는 곳에 천막을 쳤다. 아브람은 거기에 제단을 쌓아 야훼께 바치고 야훼의 이름을 불러 예배를 드렸다.
9. 아브람은 다시 길을 떠나 네겝 쪽으로 옮겨 갔다.

아브람이 옮겨간 경로
그는 세겜과 베델을 거쳐 네겝으로 향한다.

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제1권 창세기: 셈의 후예(11:10-11:30)

10. 셈의 후손은 다음과 같다. 셈은 홍수가 끝난 지 이 년 뒤 그의 나이 백 세가 되어 아르박삿을 낳았다.
11. 셈은 아르박삿을 낳은 뒤 오백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12. 아르박삿은 삼십오 세 되던 해에 셀라를 낳았다.
13. 아르박삿은 셀라를 낳은 뒤 사백삼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14. 셀라는 삼십 세 되던 해에 에벨을 낳았다.
15. 셀라는 에벨을 낳은 뒤 사백삼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16. 에벨은 삼십사 세 되던 해에 벨렉을 낳았다.
17. 에벨은 벨렉을 낳은 뒤 사백삼십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18. 벨렉은 삼십 세 되던 해에 르우를 낳았다.
19. 벨렉은 르우를 낳은 뒤 이백구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20. 르우는 삼십이 세 되던 해에 스룩을 낳았다.
21. 르우는 스룩을 낳은 뒤 이백칠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22. 스룩은 삼십 세 되던 해에 나홀을 낳았다.
23. 스룩은 나홀을 낳은 뒤 이백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24. 나홀은 이십구 세 되던 해에 데라를 낳았다.
25. 나홀은 데라를 낳은 뒤 백십구 년 동안을 더 살면서 아들 딸을 낳았다.
26. 데라는 칠십 세가 되기까지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다.

바벨의 혼돈 이후 세상 곳곳으로 사람들이 퍼져나간 지도 수백년이 흐른 어느 날
갈데아 지방 우르에 살던 데라에게서 아이가 태어났다.
노아의 정통 혈족 10대손이자, 장차 이스라엘 민족의 으뜸가는 조상님이 될 아브람의 등장이다!

27. 데라의 후손은 다음과 같다. 데라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고 하란은 롯을 낳았다.
28. 하란은 고향인 갈대아 우르에서 자기의 아버지보다 먼저 죽었다.
29. 아브람과 나홀이 아내를 맞았는데, 아브람의 아내 이름은 사래요, 나홀의 아내는 밀가였다. 밀가는 하란의 딸로서 이스가와는 동기간이었다.
30. 사래는 잉태를 하지 못하는 몸이었으므로 자식이 없었다.
31. 데라는 아들 아브람과 아들 하란에게서 난 손자 롯과 아들 아브람의 아내인 며느리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 우르에서 가나안을 향하여 길을 떠나다가 하란에 이르러 거기에다 자리잡고 살았다.

데라는 어느 날 갑자기 아들 아브람과 며느리 사래, 그리고 일찍 세상을 뜬 다른 아들에게서 난 손자 롯에게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자고 한다. 그리고는 짐을 꾸린 뒤 식솔들과 함께 가나안을 향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그는 가나안이 있는 서쪽으로는 아라비아 사막이 가로막고 있어서 곧장 질러가지 못하고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가다가 지중해를 끼고 가나안으로 향하는 경로를 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하란(지명)에 도착 했을 때 그곳의 화려한 모습에 마음을 뺏겨버린 데라는 가나안으로 가야한다던 계획은 어느새 잊어 버리고 그 곳에 자리를 잡고 눌러앉아 버린다.

32. 데라는 이백오 년을 살고 하란에서 죽었다.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제1권 창세기: 바벨탑(11:1-11:9)

11장
1. 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다. 물론 낱말도 같았다.
2. 사람들은 동쪽으로 옮겨 가다가 시날 지방 한 들판에 이르러 거기 자리를 잡고는
3. 의논하였다. "어서 벽돌을 빚어 불에 단단히 구워 내자." 이리하여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쓰게 되었다.
4. 또 사람들은 의논하였다. "어서 도시를 세우고 그 가운데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우리 이름을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하느님은 사람들이 온 세상에 흩어져 퍼져나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날 지방에서 더 이상 세상으로 퍼져나가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니므롯의 지배하에 도시를 세우고 그 도시에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는 이 거대한 건축물을 기준으로 더 이상 흩어지지 말고 여기서 우리만의 세력을 키우자고 한다.
인간들이 오만함으로 서로 뭉쳐 하느님의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5. 야훼께서 땅에 내려 오시어 사람들이 이렇게 세운 도시와 탑을 보시고
6. 생각하셨다. "사람들이 한 종족이라 말이 같아서 안 되겠구나. 이것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 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8. 야훼께서는 사람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 두었다.
9. 야훼께서 온 세상의 말을 거기에서 뒤섞어 놓아 사람들을 온 땅에 흩으셨다고 해서 그 도시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감히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나 더 이상 퍼져나가지 않고
한 곳에 머무르며 위세를 떨치려 하는 모습이 괘씸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들이 서로 합심하여 한 곳에 머무르지 않도록,
그리고 원래의 계획대로 세상 곳곳으로 계속해서 퍼져나가도록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 버렸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된 사람들은 결국 탑을 완성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2015년 11월 9일 월요일

제1권 창세기: 노아의 후예(10:1-10:32)

10장
1. 노아의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의 계보는 아래와 같다. 홍수가 있은 뒤에 그들은 자식을 낳았다.
2. 야벳의 아들은 고멜, 마곡, 메대, 야완, 두발, 메섹, 디라스,
3. 고멜의 아들은 아스그낫, 리밧, 도가르마,
4. 야완의 아들은 엘리사아, 다르싯, 기땜, 로다님이었다.
5. 이들에게서 바다를 끼고 사는 백성들이 갈라져 나왔다. 이들이 지방과 언어와 씨족과 부족을 따라 갈려 나간 야벳의 후손들이다.

야벳의 후손들은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
즉, 지중해 연안의 유럽 민족들이 되었다.

6. 함의 아들은 구스, 에집트, 리비아, 가나안,
7. 구스의 아들은 스바, 하윌라, 삽타아, 라아마, 삽드가, 라아마의 아들은 세바와 드단이었다.
8. 구스에게서 니므롯이 났는데 그는 세상에 처음 나타난 용사였다.
9. 그는 야훼께서도 알아 주시는 힘센 사냥꾼이었다. 그래서 "야훼께서도 알아 주시는 니므롯 같은 힘센 사냥꾼"이라는 속담까지 생겼다.
10. 그의 나라는 시날 지방인 바벨과 에렉과 아카드와 갈네에서 시작되었다.
11. 그는 그 지방을 떠나 아시리아로 나와서 니네베와 르호봇과 갈라를 세우고,
12. 니네베와 갈라 사이에 레센이라는 아주 큰 도시를 세웠다.

니므롯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처음으로 나타난 지배자였다.
그는 시날 지방에 나라를 세우고 도시를 건설하여 세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니므롯의 유적을 부셔 버려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13. 에집트는 루드인, 아남인, 르함인, 납투인,
14. 바드루스인, 카슬루인, 캅토르인을 낳았다. 이 캅토르족에서 불레셋족이 나왔다.
15. 가나안에게서 태어난 첫아들은 시돈이었다. 또 그에게서 히타이트족과
16. 여부스족, 아모리족, 기르사스족
17. 히위족, 아르키족, 신족
18. 아르왓족, 체메르족, 하맛족이 나왔다. 그뒤에 가나안족의 씨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19. 가나안족의 경계는 시돈에서 그라르 쪽으로 가자까지 이르고, 소돔과 고모라와 아드마와 스보임 쪽으로는 라사에 이르렀다.
20. 이것이 씨족과 언어와 지방과 부족을 따라서 갈려 나간 함의 후손들이다.

소돔과 고모라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다수의 고고학자들은 사해의 남동쪽 해안에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21. 셈에게서도 아들이 태어났다. 에벨의 모든 후손이 그에게서 나왔는데, 그는 또한 야벳의 맏형이기도 하다.
22. 셈의 아들은 엘람, 아시리아, 아르박삿, 룻, 아람이다.
23. 아람의 아들은 우스, 훌, 게델, 마스였다.
24. 아르박삿은 셀라를 낳았고 셀라는 에벨을 낳았다.
25. 에벨은 아들 둘을 낳았는데, 그 중 한 아들의 이름은 벨렉이다. 그의 시대에 세상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그 동생의 이름은 욕탄이다.
26. 욕탄은 알모닷, 셀렙, 하살마윗, 예라,
27. 하도람, 우잘, 디클라,
28. 오발, 아비마엘, 세바,
29. 오피르, 하윌라, 요밥을 낳았다.
30. 그들이 살던 지방은 메사에서 스바르에 이르는 동쪽 산악지대였다.
31. 이것이 씨족과 언어와 지방과 부족을 따라 갈려 나간 셈의 후손들이다.

셈의 후손들은 동쪽 산악지대를 향해 퍼져나가 아시아 민족들이 되었다.

32. 각 부족의 계보를 따라 나누어진 노아 후손들의 씨족은 위와 같다. 홍수가 있은 뒤에, 이들에게서 민족들이 세상으로 갈라져 나갔다.

2015년 11월 8일 일요일

제1권 창세기: 노아의 세 아들(9:18-9:29)

18. 배에서 나온 노아의 아들은 셈과 함과 야벳이었다. 함은 가나안의 조상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영토 싸움으로 치열한 이 지역이 바로 가나안의 땅이다.

19. 이 세 사람이 노아의 아들이데, 온 세상 사람이 그들에게서 퍼져 나갔다.
20. 한편, 노아는 포도원을 가꾸는 첫 농군이 되었는데,
21. 하루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22. 마침 가나안의 조상 함이 아버지가 벗은 것을 보고 밖에 나가 형과 아우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23. 셈과 야벳은 겉옷을 집어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 드렸다. 그들은 얼굴을 돌린 채 아버지의 벗은 몸을 보지 않았다.

노아가 술에 취해 벌거벗은 채로 누워있는 것을 보고
함은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지만, 셈과 야벳은 애써 보지 않고 잘못을 덮어 준다.

24. 노아는 술이 깨어 작은 아들이 한 일을 알고
25.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형제들에게 천대받는 종이 되어라."
26. 그는 또 말했다. "셈의 하느님, 야훼는 찬양받으실 분,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어라.
27. 하느님께서 야벳을 흥하게 하시어 셈의 천막에서 살게 하시고, 가나안은 그의 종이 되어라."

노아는 함에게 직접 저주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후손에게 저주를 내린다.
노아의 저주는 지금의 아프리카 대륙으로 퍼져 나갈 함의 후손들이
긴 세월 동안 노예로 팔려가 종살이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었을까?

28. 노아는 홍수가 있은 뒤에도 삼백오십년이나 더 살아,
29. 모두 구백오십 년을 살고 죽었다.

2015년 11월 5일 목요일

제1권 창세기: 새로운 세상(9:1-9:17)

9장
1.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내리시며 말씀하셨다. "많이 낳아, 온 땅에 가득히 불어나거라.
2.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 위를 기어다니는 길짐승과 바닷고기가 다 두려워 떨며 너희의 지배를 받으리라.
3. 살아 움직이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 내가 전에 풀과 곡식을 양식으로 주었듯이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
4. 그러나 피가 있는 고기를 그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피는 곧 그 생명이다.

하느님이 육식은 허락하지만 피는 먹지 못하도록 한다.
그것은 피가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비록 동물을 잡아먹더라도 그 생명만은 존중하라는 뜻이다.

5. 너희 생명인 피를 흘리게 하는 자에게 나는 앙갚음을 하리라. 어떤 짐승에게도 앙갚음을 하리라. 사람이 같은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에게도 앙갚음을 하리라.
6.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
7. 너희는 많이 낳고 불어나거라. 땅 가득히 퍼져 땅을 정복하여라."
8.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9. "이제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과 계약을 세운다.
10. 배 밖으로 나와, 너와 함께 있는 새와 집짐승과 들짐승과 그 밖에 땅에 있는 모든 짐승과도 나는 계약을 세운다.
11. 나는 너희와 계약을 세워 다시는 홍수로 모든 동물을 없애 버리지 않을 것이요,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으리라."
12. 하느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너뿐 아니라 너와 함께 지내며 숨쉬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대대로 세우는 계약의 표는 이것이다.
13. 내가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둘 터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워진 계약의 표가 될 것이다.
14.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나타나면,
15. 나는 너 뿐 아니라 숨쉬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동물을 쓸어 버리지 못하게 하리라.
16.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할 것이다."
17.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이것이 땅 위에 있는 모든 짐승과 나 사이에 세워진 계약의 표이다." 하고 다시 다짐하셨다.

무지개가 생겼다는 것은 비가 그쳤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좀 전까지 비가 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은 하느님의 진노가 멈췄지만, 이전에 선조들은 타락하여 폭우와 홍수로 큰 벌을 받았다는 것을
항상 되새기며 살라는 의미로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보이는 자연현상을 징표로 삼았던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무지개는 단순히 낭만적인 빛의 현상이라기 보다
인류의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무서운 징표라고 볼 수도 있겠다.  

2015년 11월 4일 수요일

제1권 창세기: 홍수가 그치고(8:1-8:22)

8장
1. 하느님께서 노아와, 배에 있던 모든 들짐승과 집짐승들의 생각이 나셔서 바람을 일으키시니, 물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2. 땅 밑 큰 물줄기와 하늘 구멍이 막혀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멎었다.
3. 그리하여 땅에서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 백오십 일이 되던 날인
4. 칠 월 십칠 일에 배는 마침내 아라랏 산 등마루에 머물렀다.

아라랏산은 터키 동쪽 끝에 위치한 해발 5,137m의 굉장히 높은 산이다.
노아의 배가 여기에 머물렀다고 하니 홍수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다.

5. 물은 시월이 오기까지 계속 줄어서 마침내 시월 초하루에 산 봉우리가 드러났다.
6. 사십 일 뒤에 노아는 자기가 만든 배의 창을 열고
7. 까마귀 한 마리를 내보내었다. 그 까마귀는 땅에서 물이 다 마를 때까지 이리저리 날아 다녔다.
8. 노아가 다시 지면에서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아보려고  비둘기 한 마리를 내보내었다.
9. 그 비둘기는 발을 붙이고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물이 아직 온 땅에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노아는 손을 내밀어 비둘기를 배 안으로 받아들였다.
10. 노아는 이레를 더 기다리다가 그 비둘기를 다시 배에서 내보내었다.
11. 비둘기는 저녁 때가 되어 되돌아왔는데 부리에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있었다. 그제야 노아는 물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12. 노아는 다시 이레를 더 기다려 비둘기를 내어 보냈다. 비둘기가 이번에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13. 노아가 육백한 살이 되던 해 정월 초하루, 물이 다 빠져 땅은 말라 있었다. 노아가 배 뚜껑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지면은 말라 있었다.
14. 이 월 이십칠 일, 땅이 다 마르자,
15.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16. "너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서 나오너라.
17. 새나 집짐승이나 땅에서 기어다니는 길짐승까지, 너와 함께 있던 모든 동물을 데리고 나와 땅 위에서 떼지어 살며 새끼를 많이 낳아 땅 위에 두루 번져나게 하여라."
18. 노아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서 나왔다.
19. 들짐승과 집짐승과 새와 땅 위를 기어다니는 길짐승들도 그 종류별로 모두 배에서 따라 나왔다.
20. 노아는 야훼 앞에 제단을 쌓고 모든 정한 들짐승과 정한 새 가운데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 바쳤다.

홍수가 끝나고 배에서 내린 노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하느님께 번제물을 바치는 것이었다.
이 제물 봉헌으로 하느님은 노아와 새로운 인류의 계약을 맺는다.

21. 야훼께서 그 향긋한 냄새를 맡으시고 속으로 다짐하셨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전처럼 모든 짐승을 없애 버리지 않으리라.
22.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밤과 낮이 쉬지 않고 오리라."

하느님은 인간이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인간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인간이 날 때부터 원죄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니 결국에는 또 타락하게 될 것을 알지만,
다시는 사람 때문에 홍수 같은 것으로 벌하지는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이 세상 끝 날까지 자연계의 순환 고리가 파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은 '땅이 있는 한' 이라고 전제한 부분이다.
언젠가 오게 될 다음 하느님의 진노는 폭우와 홍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회복이 불가능하도록 하늘과 땅이 뒤섞이는 무시무시한 최후의 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제1권 창세기: 대홍수(7:1-7:24)

7장
1. 야훼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식구들을 다 데리고 배에 들어 가거라. 내가 보기에 지금 이 세상에서 올바른 사람은 너밖에 없다.
2. 깨끗한 짐승은 종류를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암컷과 수컷으로 두쌍씩,
3. 공중의 새도 암컷과 수컷으로 일곱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 가 온 땅 위에서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여라.
4. 이제 이레가 지나면,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쏟아, 내가 만든 모든 생물들을 땅 위에서 다 없애 버리리라."
5. 노아는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다 하였다.
6. 땅 위에 홍수가 난 것은 노아가 육백세 되던 해였다.

홍수가 난 것이 노아가 육백세 되던 해였다는 말은 그가 백년 가까이 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 긴 기간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조롱을 받았을까 하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다.
백년 후에 올 대홍수를 대비하여 배를 만든다니, 모두가 미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노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느님이 일러 준 세상의 종말에 대비하여 꿋꿋이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백년 후, 그간의 모든 설움을 토해내듯 거대한 폭우가 시작된다!

7. 노아는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홍수를 피하여 배에 들어 갔다.
8. 또 깨끗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그리고 새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길짐승도
9. 암컷과 수컷 두 쌍씩 노아한테로 와서 배에 들어 갔다. 노아는 모든 일을 야훼께 분부받은 대로 하였다.
10. 이레가 지나자 폭우가 땅에 쏟아져 홍수가 났다.
11. 노아가 육백 세 되던 해 이 월 십칠 일, 바로 그 날 땅 밑에 있는 큰 물줄기가 모두 터지고 하늘은 구멍이 뚫렸다.
12. 그래서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 위에 폭우가 쏟아졌다.

그냥 단순히 하늘에서 비가 오는 폭우가 아니었다. 땅에서도 물이 솟아 올랐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면서 갈라놓았던 하늘의 물층과 땅의 물층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두 물층이 한꺼번에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렸을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재앙이었을 것이다.

13. 바로 그 날 노아는 자기 아내와 세 아들 셈, 함, 야벳과 세 며느리를 배에 들여 보냈다.
14. 그리고 그들과 함께 각종 들짐승과 집짐승, 땅 위를 기는 각종 파충류와 날개를 가지고 날으는 각종 새들을 들여 보냈다.
15. 몸을 가지고 호흡하는 모든 것이 한 쌍씩 노아와 함께 배에 올랐다.
16.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분부하신 대로 모든 짐승의 암컷과 수컷이 짝을 지어 들어 갔다. 그리고 노아가 들어 가자 야훼께서 문을 닫으셨다.
17. 땅 위에 사십 일 동안이나 폭우가 쏟아져 배를 띄울 만큼 물이 불어났다. 그리하여 배는 땅에서 높이 떠올랐다.
18. 물이 불어나 땅은 온통 물에 잠기고 배는 물 위를 떠다녔다.
19. 물은 점점 불어나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이 다 잠겼다.
20. 물은 산들을 잠그고도 열다섯 자나 더 불어났다.

물이 불어났다는 말이 계속 반복해서 나온다.
단순하게 물이 불어나는 수준이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거기에 또 물이 불어나고, 그에 더해서 계속 물이 불어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까지 불어나 세상의 모든 것이 물에 잠겨 버린다.

21 새나 집짐승이나 들짐승이나 땅 위를 기던 벌레나 사람 등 땅 위에서 움직이던 모든 생물이 숨지고 말았다.
22. 마른 땅 위에서 코로 숨쉬며 살던 것들이 다 죽고 말았다.
23. 이렇게 야훼께서는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짐승들, 길짐승과 새에 이르기까지 땅 위에서 살던 모든 생물을 쓸어 버리셨다. 이렇게 땅에 있던 것이 다 쓸려 갔지만, 노아와 함께 배에 있던 사람과 짐승만은 살아 남았다.
24. 물은 백오십 일 동안이나 땅 위에 괴어 있었다.

제1권 창세기: 노아(6:5-6:12)

5. 야훼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
6. 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
7. 야훼께서는 "내가 지어 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 버리리라.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 버리리라. 공연히 만들었구나." 하고 탄식하셨다.
8. 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다.
9. 노아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당시에 노아만큼 올바르고 흠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었다.
10.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 이렇게 세 아들을 두었다.

인간의 교만이 최고조에 달하여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기 시작하고 끝도 없이 타락하자
하느님은 스스로 만든 피조물들을 없애 버리기로 작정한다.
이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은 모든 것을 끝내고 창조작업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것이 아닌,
정의로운 사람 노아를 통해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11.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너무나 썩어 있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12.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 위에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13.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땅 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저것들을 땅에서 다 쓸어버리기로 하였다.
14. 너는 전나무로 배 한척을 만들어라. 배 안에 방을 여러 칸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15. 그 배는 이렇게 만들도록 하여라. 길이는 삼백 자, 나비는 오십 자, 높이는 삼십 자로 하고,
16. 또 배에 지붕을 만들어 한 자 치켜 올려 덮고 옆에는 출입문을 내고, 상 중 하 삼층으로 만들어라.
17. 내가 이제 땅 위에 폭우를 쏟으리라. 홍수를 내어 하늘 아래 숨쉬는 동물은 다 쓸어 버리리라. 땅 위에 사는 것은 하나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18. 그러나 나는 너와 계약을 세운다. 너는 네 아들들과 네 아내와 며느리들을 데리고 배에 들어 가거라.
19. 그리고 목숨이 있는 온갖 동물도 암컷과 수컷으로 한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 가 너와 함께 살아 남도록 하여라.
20. 온갖 새와 온갖 집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온갖 길짐승이 두 마리씩 너한테로 올 터이니 그것들을 살려 주어라.
21. 그리고 너는 먹을 수 있는 온갖 양식을 가져다가 너와 함께 있는 사람과 동물들이 먹도록 저장해 두어라."
22. 노아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하였다.


노아는 하느님이 곧 큰 폭우를 내려 세상을 씻어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이 일러 준 대로 세 아들과 함께 배를 만들었다.
온갖 짐승들이 짝을 지어 스스로 배를 찾아 올 것이라는 황당한 말도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배에 탈 모든 생명들이 먹을 식량도 철저히 준비했다.
노아는 모든 일을 군말 없이 따랐다. 



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제1권 창세기: 타락한 세상(6:1-6:4)

6장
1. 땅 위에 사람이 불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딸들이 태어났다.
2. 하느님의 아들들이 그 사람의 딸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대로 아리따운 여자를 골라 아내로 삼았다.

이 구절은 '하느님의 아들들'이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많은 주석가들은 천상의 존재, 즉 천사들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천사들이 사람의 딸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아내로 맞으면서 타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은 타락한 천사들과 사람들이 뒤섞이며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3. 그래서 야훼께서는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으니 나의 입김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사람은 백이십 년밖에 살지 못하리라." 하셨다.

난장판이 되어가는 세상을 보고 하느님은 사람도 그저 짐승과 다를바가 없다고 하면서
그들에게서 하느님이 직접 불어넣어 주었던 숨결을 도로 앗아가 버렸다.
하느님의 숨결이 빠져나가버린 인간은 1000세 가까이 되었던 수명이 120세 정도로 줄어 버린다. 

4. 그 때 그리고 그 뒤에도 세상에는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로서 옛날부터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족 네피림.
누구보다 크고 강했던 그들은 수많은 판타지 컨텐츠의 소재가 되어왔다.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제1권 창세기: 셋의 후예(5:1-5:32)

5장
1. 아담의 계보는 이러하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지어 내시던 날,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만드시되
2. 남자와 여자로 지어 내셨다. 그 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주시면서 그 이름을 아담이라 지어 주셨다.
3. 아담은 백삼십 세에 자기 모습을 닮은 아들을 낳고 이름을 셋이라 하였다.

아담의 정통 계보를 설명할 때 죽은 아벨이나 살인자 카인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다.
셋 으로부터 아담의 정통 계보가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4. 셋을 낳은 다음 아담은 팔백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5. 아담은 모두 구백삼십 년을 살고 죽었다.
6. 셋은 백오 세에 에노스를 낳았다.
7. 셋은 에노스를 낳은 다음 팔백칠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8. 셋은 모두 구백십이 년 살고 죽었다.
9. 에노스는 구십 세에 케난을 낳았다.
10. 에노스는 케난을 낳은 다음 팔백십오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11. 에노스는 모두 구백오 년을 살고 죽었다.
12. 케난은 칠십 세에 마할랄렐을 낳았다.
13. 케난은 마할랄렐을 낳은 다음 팔백사십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14. 케난은 모두 구백십 년을 살고 죽었다.
15. 마할랄렐은 육십오 세에 야렛을 낳았다.
16. 마할랄렐은 야렛을 낳은 다음 팔백삼십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17. 마할랄렐은 모두 팔백구십오 년을 살고 죽었다.
18. 야렛은 백육십이 세에 에녹을 낳았다.
19. 야렛은 에녹을 낳은 다음 팔백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20. 야렛은 모두 구백육십이 년을 살고 죽었다.
21. 에녹은 육십오 세에 므두셀라를 낳았다.
22. 에녹은 므두셀라를 낳은 다음 삼백년 동안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23. 에녹은 모두 삼백육십오 년을 살았다.
24.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데려 가신 것이다.

셋의 후예 에녹은 카인의 아들 에녹과는 다른 인물이다.
성경은 에녹에 대해 조금 특이하게 기록하고 있다.
5장에는 각 인물들이 주로 누구의 자식이며 몇해를 살다가 죽었는지가 적혀있는데,
죽음에 대해서는 모두 '죽었다(died)' 라는 단어를 명시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에녹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죽었다(died)' 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대신 '하느님이 데려갔다'고 썼다.
이 내용은 에녹이 아담의 다른 자손들과는 달리 죽음을 겪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하느님과 함게 어디로 간 걸까?

25. 므두셀라는 백팔십칠 세에 라멕을 낳았다.
26. 므두셀라는 라멕을 낳은 다음 칠백팔십이 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27. 므두셀라는 모두 구백육십구 년을 살고 죽었다.
28. 라멕은 백팔십이 세에 아들을 낳고
29. 이름을 노아라고 지어 주며 "이 아들은 야훼께서 땅을 저주하시어 고생하며 일하던 우리를 한숨 돌리게 해 주리라." 하고 외쳤다.

므두셀라의 아들 라멕으로부터 대홍수와 방주로 유명한 노아가 탄생한다.
노아의 아버지 라멕은 카인의 후손 라멕과는 다른 인물이다.
두 라멕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정 반대의 삶을 살았다.
카인의 후손 라멕은 타락과 불신의 결과를, 셋의 후손 라멕은 믿음과 구원의 결과를 가져왔다.

30. 라멕은 노아를 낳은 다음 오백구십오년 동안 살면서 아들 딸을 더 낳았다.
31. 라멕은 모두 칠백칠십칠 년을 살고 죽었다.
32. 노아가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을 때의 나이는 오백 세였다.

2015년 10월 29일 목요일

제1권 창세기: 셋의 탄생(4:25-4:26)

25. 아담이 다시 아내와 한 자리에 들었더니 아내가 아들을 낳고는 "하느님께서 카인에게 죽은 아벨 대신 이제 또 다른 아들을 주셨구나." 하며 이름을 셋이라고 지어 주었다.
26. 셋도 아들을 얻고 이름을 에노스라고 지어 불렀다. 그 때 에노스가 비로소 야훼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였다.

아담의 계보를 이을 자, 셋이 태어났다.
그리고 셋의 아들 에노스가 처음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 예배를 한다.
그의 후손에게서 처음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종교인이 탄생한 것이다.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제1권 창세기: 카인의 후예(4:17-4:26)

17. 카인이 아내와 한 자리에 들었더니, 아내가 임신하여 에녹을 낳았다. 카인은 제가 세운 도시를 아들의 이름을 따서 에녹이라고 불렀다.

카인은 에덴의 동쪽, 놋(Nod)이라는 곳에 성벽을 쌓고 도시를 세운다.
이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과 의심스러운 자를 해쳐버리려는 적개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8. 에녹에게서 이랏이 태어났고, 이랏은 므후야엘을, 므후야엘은 므두사엘을, 므두사엘은 라멕을 낳았다.
19. 라멕은 두 아내를 데리고 살았는데, 한 아내의 이름은 아다요, 또 한 아내의 이름은 실라였다.
20. 아다가 낳은 야발은 장막에서 살며 양을 치는 목자들의 조상이 되었고
21 그의 아우 유발은 수금(현악기)을 뜯고 피리를 부는 악사의 조상이 되었으며
22. 실라가 낳은 두발카인은 구리와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가 되었다. 두발카인에게는 나아마라는 누이가 있었다.

도시 에녹에서는 카인의 후손으로부터 문명이 시작된다.
목축업이 생겨나고 예술인과 기능공이 나타나게 된다.
얼핏 보기에는 건강한 문명의 태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내면은 그렇지가 않았다.
카인의 도시 에녹은 교만과 적개심, 폭력이 지배하는 죄악의 도시였다.

23. 라멕이 아내들에게 말하였다. "아다야, 실라야, 내 말을 들어라. 라멕의 아내들아,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나를 다치게 하려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왔다. 나에게 대드는 어린 놈들도 마찬가지다.
24. 카인을 해친 사람이 일곱 갑절로 보복을 받는다면, 나 라멕을 해치는 사람은 일흔일곱 갑절로 보복받으리라."

쾌락을 위한 악사를 키워내고 날카로운 금속을 제작하여 경계의 성벽을 쌓아올린 카인의 도시 에녹.
그 곳에서 한명의 아내로는 만족하지 못해 다른 아내를 두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을 가차없이 죽이며,
 스스로가 신이 되어 복수의 판결을 내리려 하는 라멕의 모습은 우리가 잘 아는 누군가와 매우 닮아있다.
(임모탄!!)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제1권 창세기: 카인과 아벨(4:1-4:16)

1. 아담이 아내 하와와 한 자리에 들었더니 아내가 임신하여 카인을 낳고 이렇게 외쳤다. "야훼께서 나에게 아들을 주셨구나!"
2. 하와는 또 카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아벨은 양을 치는 목자가 되었고 카인은 밭을 가는 농부가 되었다.
3. 때가 되어 카인은 땅에서 난 곡식을 야훼께 예물로 드렸고
4. 아벨은 양떼 가운데서 맏배(그해 처음 낳은 새끼)의 기름기를 드렸다. 그런데 야훼께서는 아벨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고
5. 카인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지 않으셨다. 카인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야훼께서 이것을 보시고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초점이 예물이 아니라 사람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곡식을 반기지 않은 게 아니라 카인을 반기지 않았고, 양을 반긴 게 아니라 아벨을 반긴 것이다.
히브리어 원문의 문맥상으로도 단어의 생략없이 모두 풀어서 적어 보면,
"야훼께서 아벨을 반기셨으므로 그가 바친 예물도 반기셨지만,
카인은 반기지 않으셨으므로 그가 바친 예물도 반기지 않으셨다."
정도가 된다.

6.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느냐? 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느냐?"
7. 네가 잘했다면 왜 얼굴을 쳐들지 못하느냐? 그러나 네가 만일 마음을 잘못 먹었다면, 죄가 네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릴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 죄에 굴레를 씌어야 한다."
8. 그러나 카인은 아우 아벨을 "들로 가자."고 꾀어 들에 데리고 나가서 달려들어 아우 아벨을 쳐죽였다.

하느님이 카인을 반기지 않은 이유가 성경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떳떳하지 못한 행실을 하여 하느님의 반김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카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떳떳한 사람이었다면 화가 났을 때 고개를 들고 항의하듯 화를 냈겠지만,
자신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인간임을 알기에 그는 화가 나도 고개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9.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10. 그러나 야훼께서는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고 하시면서 꾸짖으셨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11. 땅이 입을 벌려 네 아우의 피를 네 손에서 받았다. 너는 저주를 받은 몸이니 이 땅에서 물러나야 한다.
12. 네가 아무리 애써 땅을 갈아도 이 땅은 더 이상 소출을 내 주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13. 그러자 카인이 야훼께 하소연하였다. "벌이 너무 무거워서, 저로서는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카인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땅의 소산물을 얻기 위해 계속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으며,
심적인 측면에서는 땅의 핏소리를 피해 양심의 가책을 안고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평생동안 죄책감과 공포, 불안정과 안식이 없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저주를 받게 된 것이다.

14. 오늘 이 땅에서 저를 아주 쫒아 내시니, 저는 이제 하느님을 뵙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15. "그렇게 못하도록 하여 주마. 카인을 죽이는 사람에게는 내가 일곱 갑절로 벌을 내리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야훼께서는 누가 카인을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그에게 표를 찍어 주셨다.


사람을 죽인 카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 하는 그 이기심을 보고 하느님은 괘씸했을 것이다.
카인에게 내려진 표식은 하느님이 그를 안쓰러워 하여 지켜주기 위함이 아니라,
 죄를 지으면 얼마나 엄중하고 무서운 벌을 받는가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똑똑히 보아라, 죄를 지은 자가 이렇게 된다. 이 경각심의 표폰을 해치면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다!"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아내 하와, 그리고 그들의 두 아들 카인과 아벨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데, 물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담은 무려 1천년 가까이 살면서 수많은 아들들과 딸들을 낳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자손들이 또 1천년 가까이 살면서 자손을 낳고 또 대를 이었으니 그 시절 인류가 얼마나 번창했겠는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원의 역사에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언급이 없을 뿐이다.

16. 카인은 하느님 앞에서 물러 나와 에덴 동쪽 놋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2015년 10월 23일 금요일

제1권 창세기: 악의 기원(3:1-3:24)

3장
1. 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 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되,
3.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5.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뱀은 교만의 상징이고 교만은 모든 죄의 근원이다.
순수했던 인간의 마음에 교만함이 생겨나고, 그 교만함이 인간으로 하여금 죄를 짓도록 이끈다.

6.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 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 주었다. 남편도 받아 먹었다.
7.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웠다.
8.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 야훼 하느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는 야훼 하느님 눈에 뜨이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9.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부르셨다. "너 어디 있느냐?"
10. 아담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알몸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따 먹지 말라고 일러 둔 나무열매를 네가 따 먹었구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12. 아담은 핑계를 대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 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 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
13. 야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물으셨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에게 속아서 따 먹었습니다."

자기가 한 일이 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부끄러워 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워 하며 숨기려 한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었다고 남의 탓을 하고 변명 거리를 찾는다.
금지된 열매는 스스로 선과 악을 결정짓도록 만드는 열매였다.
교만의 뱀은 하느님만이 할 수 있는 죄의 판단을 인간도 할 수 있다며 유혹을 했고,
인간은 유혹에 넘어가 영원히 교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거짓 신이 되려 하는 원죄의 낙인이 찍혀버렸다.

14. 야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15.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16. 그리고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17. 그리고 아담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 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18. 들에서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19.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20. 아담은 아내를 인류의 어머니라 해서 하와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21. 야훼 하느님께서는 가죽옷을 만들어 아담과 그의 아내에게 입혀 주셨다.
22.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끝없이 살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23. 에덴 동산에서 내쫒으시었다. 그리고 땅에서 나왔으므로 땅을 갈아 농사를 짓게 하셨다.
24. 이렇게 아담을 쫒아 내신 다음 하느님은 동쪽에 거룹들을 세우시고 돌아가는 불칼을 장치하여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목을 지키게 하셨다.

거룹은 지품천사 케루빔을 말한다.
케루빔은 천사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세라핌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이렇게 높은 클래스의 천사들까지 보내서 에덴의 입구를 지키게 한 걸 보면,
현재의 우리가 에덴의 위치나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게다가 돌아가는 불 칼까지 달아놨다고 하니 누군가 찾아냈다 해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재가 되어 버렸을지도...